셀프계산대가 축소되는 네 가지 이유
확산되던 설비가 축소되거나 되돌려지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이유를 하나씩 뜯어보면 네 가지로 모입니다.
첫째, 도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손실입니다. 유럽 리테일 손실 연구기관 ECR Retail Loss가 39개 글로벌 리테일러(합산 매출 1조 유로 이상)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셀프계산대를 들인 첫해에 매장 손실이 평균 22% 늘었습니다. 셀프계산대를 운영하는 매장은 그렇지 않은 매장보다 손실이 33% 높았습니다. 이미 전체 거래의 54%가 셀프계산대를 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숫자입니다.
수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물건을 스캔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방식이 가장 빈번하고, 한 품목만 찍고 나머지는 담아가거나 저렴한 상품의 바코드로 바꿔 찍는 방식이 뒤를 잇습니다. 일본에서는 셀프계산대 도입률이 55.5%까지 오른 가운데 관련 절도 피해가 연간 약 3,460억 엔 규모로 추정된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도 무인·셀프 계산 환경의 절도는 늘고 있습니다.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5년 1만 1,015건으로 세 배가 됐습니다.
둘째, 고객이 떠안은 부담
두 번째는 고객이 느끼는 부담입니다. 뉴욕주에서 발의된 법안의 논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소비자가 스캔과 포장, 결제를 대신하니 매장이 아낀 인건비의 일부를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주에서는 Aldi가 셀프계산대 출구에 영수증을 스캔해야 열리는 게이트를 설치했다가 “신뢰를 의심받는 느낌”이라는 반발을 샀고, 코스트코는 품목 가격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음성 기능을 넣었습니다. 소비자심리 전문가는 이를 두고 사람 계산원이 주던 사회적 압력을 음성으로 재현한 장치라고 해석했습니다.
셋째, 맞지 않았던 운영 방식
세 번째는 운영 방식입니다. 셀프계산대는 계산원의 시간을 줄이는 설비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감독 인력이 따라붙었습니다. 미국 달러제너럴은 약 1만 2,000개 점포를 직원이 돕는 계산대로 되돌리는 데 1억 5,000만 달러를 쓰기로 했습니다. 월마트는 사우스필라델피아 슈퍼센터의 셀프계산대를 전면 철거하고 직원이 계산을 돕는 존을 늘렸고, 코스트코는 셀프계산대를 대부분 걷어낸 대신 직원 보조형 결제 스테이션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깃은 전국 약 2,000개 점포에서 셀프계산대 이용을 ‘10개 이하’ 구매 고객으로 제한했습니다. AI 자동 계산대 업체 VisioLab은 셀프계산 유닛 옆에 직원을 세우면 거래 속도가 25~50% 느려진다는 자체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넷째, 규제
네 번째는 규제입니다. 도난과 고객 부담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규제가 붙기 시작했는데, 이 이야기는 뒤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규제는 이미 답을 냈습니다
규제가 붙었을 때 셀프계산대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시는 2025년 9월 셀프계산대 조례를 채택했습니다. 셀프계산대 3대당 직원 1명을 배치하고, 1회 구매를 15품목으로 제한하며, 잠금장치가 걸린 상품은 셀프결제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감독 직원은 다른 업무를 겸할 수 없고, 유인 계산대는 최소 1개를 항상 열어두어야 합니다.
결과는 조정이 아니라 철거였습니다. 롱비치시가 조사한 대상 사업장 13곳 가운데 10곳이 셀프계산대를 전면 폐쇄했고, 나머지 3곳도 운영을 크게 줄였습니다. 지역 보도에 따르면 Vons는 4개 지점의 셀프계산대를 모두 껐습니다.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여러 주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주에서는 셀프계산대를 이용한 고객에게 10% 할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캘리포니아와 코네티컷, 오하이오, 로드아일랜드는 레인 수 제한과 구매 품목 상한, 도난 억제를 위한 직원 감독 의무 등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남는 건 ‘스캔’이라는 한 동작
무게센서 또는 AI 카메라를 장착. 고가품은 셀프결제를 방지
지난 1년 셀프계산대에 더해진 장치들을 나열해 보면 방향이 하나로 모입니다. 영국 모리슨스는 Everseen의 비전 AI 솔루션을 1차로 200개 점포에 배치해 스캔이 누락된 품목을 화면으로 잡아내기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등록된 무게와 스캔된 무게가 다르면 오류로 걸러내는 저울 결합형 셀프계산대가 공개됐습니다. 롱비치 조례는 아예 잠금 상품의 셀프결제를 금지했습니다.
세 가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스캔한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기존 구조 위에 확인 장치를 계속 덧댈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기계가 본 것을 계산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앞서 정리한 네 가지 원인은 스캔이라는 동작 하나를 지웠을 때 성격이 달라집니다. 스캔 누락도, 저가 상품 바코드로 바꿔 찍는 수법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속일 대상이 되는 입력값 자체가 없어서 그 경로가 막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해야 할 동작이 없으니 소비자에게 계산 노동을 떠넘긴다는 규제의 명분도 서지 않습니다. 스캔 오류에서 비롯되던 직원 호출도 함께 사라집니다.
다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계산대 기술은 물건을 그대로 들고 나가는 행동까지 막지 못합니다. 그것은 출입 통제와 매장 운영의 영역입니다. 비전 방식이 없애는 것은 계산하는 순간에 생기는 오차와 부담입니다.
파인더스에이아이가 처음부터 비전 방식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베비에르 매장 실증에서는 총 2,659개 상품 인식을 기준으로 최종 정확도 99.85%를 기록했습니다. 고객의 스캔에 의존하지 않고 AI가 인식한 상품을 계산의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스캔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락과 오입력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줄였습니다.
파인더스에이아이는 매장에 사람이 있든 없든, 그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계속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음 호에서도, 현장에서 실제로 검증된 리테일 테크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